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낙태권 폐기' 반기는 교계…이면에는 다양한 견해도

세기적 판결이 내려졌다. 연방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50년 가까이 낙태 합법화를 법적으로 지탱해왔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1973년)’ 판례를 지난 24일 폐기했다.   그동안 낙태 문제는 특히 기독교계에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신의 창조와 섭리에 우선적 가치를 두고 생명, 인권 등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다.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리자 기독교계는 대체로 반색했다. 그간 낙태 반대를 줄기차게 외쳐온 결실이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기독교내에서 한가지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찬반은 갈린다. 생명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신의 섭리하에 있다는 신본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우선하는 인본주의가 첨예한 갈등 구도를 형성하며 서로 충돌하고 있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앞으로 기독교계에 미칠 영향 등을 알아봤다.   단순히 찬반으로 갈리지 않아 경우에 따라 부분 낙태 찬성 "판결 반기지만 지혜 필요해" 사회에 설득력 있게 말해야   낙태 문제를 찬성과 반대로만 나눌 수 있는가. 기독교내에서는 의견이 다양하게 나뉜다.   퓨리서치센터가 이를 조사했다.   먼저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21%는 ‘낙태는 무조건 예외없이 불법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답했다. 53%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불법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즉,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 10명 중 7명(74%)은 낙태에 반대하는 셈이다.   반면, 인종, 종파에 따라 의견은 다르다.   복음주의권에 속하지 않은 백인 개신교인은 ‘무조건 또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7%에 그쳤다. 이어 가톨릭(42%), 흑인 개신교인(28%), 비기독교인(15%) 등의 순이다.   이밖에도 복음주의 개신교를 필두로 여호와의 증인,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 교인들은 낙태 반대 입장이 많았다.   임신과 낙태에는 다양한 이유와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 시나리오별로도 물었다.   퓨리서치센터는 ‘만약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낙태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백인 개신교인(77%), 흑인 개신교인(71%), 가톨릭(69%),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51%) 등 대부분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에는 백인 개신교인(75%), 흑인 개신교인(71%), 가톨릭(66%) 등 대부분의 기독교인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응답은 40%였다.   그동안 한인 교계에서는 다민족 기도회, 낙태법 폐지 중보기도대회 등을 진행하며 낙태 반대 운동에 앞장서왔다.   교인 클레어 김(54.LA)씨는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이번 판결을 반긴다”며 “그러나 시대적으로 기독교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 같다. 워낙 첨예한 이슈라서 이 문제를 사회에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작가인 제인 풀톤은 온라인 기독교 잡지 크로스워크에 “태어나지 않은 아기라도 살아있는 것이며 우리는 그 생명을 가치있게 봐야 한다”며 “반면, 이번 판결에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기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교인도 많다.   뉴욕주 미들컬리지에이트 교회 재키 루이스 목사는 “연방대법원이 여성과 자유를 향해 끔찍한 타격을 줬다”며 “안전한 합법적 낙태가 없어지면서 정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갈등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작 꿈틀대고 있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무효로 하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유출되면서 기독교내에서도 논란은 격화되고 있었다.   LA지역 한인 교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대법관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닌가. 이번 판결은 정치적인 산물로 보인다”며 “낙태를 무조건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에 대한 여러 상황을 종합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이슈”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 내용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이미 김 변호사(LK 법률그룹)는 “낙태를 금지시킨 게 아니라 낙태 권리가 헌법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이에 대한 규제 여부를 주정부 결정 사항으로 돌린 것”이라며 “낙태 옹호 진영에서 이러한 내용을 슬쩍 말을 바꿔서 마치 전면 금지시킨 것처럼 주장하는데 교인들이 판결 내용을 잘 알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로 대 웨이드’ 판결, 반전 또 반전   소송 당사자 기독교인 된 후 낙태 반대 운동에 앞장 서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LA를 비롯한 전국에서는 현재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왜 낙태 옹호자들은 격분할까.   지난 1973년 1월23일은 미국에서 ‘낙태’에 대한 인식이 바뀐 날이다. 바로 ‘로우 대 웨이드’ 판결 때문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낙태는 불법이었다.   당시 텍사주에 살고 있던 노마 매코비(가명 로)는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낙태 시술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낙태는 불가능했다.     이때 노마 매코비는 여러 여성들과 함께 텍사스주 정부를 대상으로 낙태 합법화를 위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상대가 텍사스주 검사였던 헨리 웨이드 였다.     결국 이날 대법원이 노마 매코비와 여성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 대해 여성들의 낙태 권리를 인정하며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결국 전국적으로 낙태가 합법되는데 시발점이 됐다.   영원한 건 없다. 30여 년 후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2005년 1월17일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이끌어냈던 매코비가 낙태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승소한 판결에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당시 매코비는 항소장에서 “나는 낙태 후 아이의 생명을 없앤 것에 대해 심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판결 이후 낙태를 했던 여성들과 생명이 사라진 수많은 아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꼈다”며 “이후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용서함을 통해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으며 이제는 다른 여성들을 심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최대한 돕고 싶다”고 밝혔다.   매코비는 그렇게 거듭난 교인이 된 후 낙태 반대 운동에 앞장서다가 지난 2017년 2월 텍사스주 한 노인 요양원에서 눈을 감았다. 장열 기자낙태권 폐기 복음주의 개신교인 낙태 반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2022-06-27

"나쁜 일은 우연히 일어날 뿐…신 원망 안한다"

 고난은 어디서 오는가. 성가신 질문이다. 수세기 동안 신학자 철학자 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만약 신(神)이 있다면 왜 악 고통 등을 허용하는가. 팬데믹 사태 허리케인 산불 등 근래의 악재는 고난의 의미를 다시 사유하는 계기가 됐다. 고난과 두려움이 일상을 삼키면 인간은 그 지점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삶을 고찰한다. 특히 종교를 소유한 이들은 세상의 이치를 절대자의 섭리하에 수용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퓨리서치센터가 팬데믹 사태 가운데 고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삶에서 고난이 다가온 건 우연인가 필연인가.   코로나 동안 인생의 의미 돌아봐 4명 중 1명 "고난의 이유 생각해"   고난은 '신' 아닌 인간 때문에 발생 일부 "고난으로 신의 존재 의심해"   팬데믹은 초유의 사태였다. 살면서 이런 적이 있나 싶었다.   미국 성인(18세 이상) 4명 중 1명(23%)은 "지난 1년 사이 삶의 의미 고난의 이유와 목적 악재가 발생하는 이유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고 응답했다.   숙고를 통해 얻은 결론(중복 응답 가능)을 물었다. 대부분 신에게 고난의 탓을 돌리지 않았다. 고난은 '우연히(happen)' 발생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응답자들은 시기적으로 봤을때 나쁜 일은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서 '단지 우연하게(just happen.86%)' 일어난다고 답했다. 이어 고난은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서 개인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71%)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서 사회가 구조화되면서 빚어낸 결과(69%) 대부분 또는 일정 부분에 있어 사람들에게 좀 더 강해지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난이 존재함(62%) 등이라고 답했다.   삶 가운데 존재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종교 신앙 등과 관계없이 미국인 10명 중 7명(68%)은 '삶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은 고난이라는 것이 우연히 찾아오지만 대부분 어떤 일이 발생할때 원인 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목할 만한 것은 팬데믹 사태와 같은 악재 속에서도 신을 비난하거나 신앙이 흔들렸다고 말하는 응답자는 소수였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오늘날 탈종교 현상이 가속화하는 미국이지만 그래도 기독교적 사상은 아직도 스며있다.     이번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58%)이 성경이 묘사하는 '하나님(God)'을 믿고 있다. 추가로 3명 중 1명(32%)은 우주에 어떤 절대적인 힘 강력한 영적 존재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절대자 또는 영적 세계를 믿는다고 답한 이들에게 고난의 의미를 바탕으로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 중 80%는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난은 신이 아닌 사람들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신은 고난을 일부러 허용하는 것인가. 응답자들은 인간에게 주어진 일종의 '자유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   절대적 존재를 믿는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사람들로 인해 고난이 찾아오는 것을 두고 '인간은 하나님 또는 절대자의 계획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와 동시에 응답자 2명 중 1명(50%)은 '세상에서 발생하는 고난을 멈추게 하지 않는 것도 신이 허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신의 섭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고난에 대해서는 '신' 보다는 '사탄(satan)'을 책망했다. 미국 성인의 44%가 '세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난은 대부분 사탄에게 원인이 있다'고 답했다.     종교별로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고난의 원인이 사탄에게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복음주의 개신교인(73%) ▶흑인 개신교인(69%) ▶주류 개신교인(47%) ▶가톨릭 교인(43%) 등의 순이다.   종교와 관계없이 고난 등으로 인해 신의 존재를 의심하거나 절대자를 부정한다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응답별로 보면 미국 성인 중 ▶고난을 겪게되면 전지전능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16%) ▶고난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14%) 등 소수의 응답자만이 고난과 신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결부시켰다.   고난을 통한 삶의 고찰은 사후 세계에 대한 존재 여부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국인 10명 중 7명(73%)은 '천국(heaven)'의 존재를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인들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복음주의 개신교인(96%) 흑인 개신교인(93%) 가톨릭 교인(90%) 주류 개신교인(88%) 등 대부분이 천국의 존재를 믿었다. 젊은층(18~49세.67%) 보다 50세 이상(80%)이 민주당원(64%)보다 공화당원(85%)이 천국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천국이 있다면 '지옥(hell)'도 있는가. 이는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비율과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미국 성인 응답자의 62%가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했다. 이는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비율보다 약 11%p 적었다.   기독교계내에서도 복음주의 개신교인(91%) 흑인 개신교인(89%) 등은 대부분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반면 가톨릭 교인(74%) 주류 개신교인(69%) 등의 답변 비율은 다소 낮았다. 이와 함께 공화당원의 75%는 지옥의 존재를 믿었고 민주당원은 52%에 그쳤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의 대부분은 천국을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몸을 갖고 죽은 사람들과 재회하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반면 지옥은 '세상에서 지었던 죄를 지옥에서 심리적 육체적 고통으로 경험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영원히 단절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천국은 누가 갈 수 있는가. 천국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만 물어봤다.   우선 천국이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중 39%는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답했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수 없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역시 32%였다.   기독교인 내에서는 견해가 확연하게 갈렸다. 우선 복음주의 개신교인(71%)과 흑인 개신교인(59%)은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가톨릭 교인(68%) 주류 개신교인(56%) 등은 절반 이상이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답변의 성향은 종교적 신념의 확고함과도 어느 정도 연결된다.   우선 복음주의 개신교인 중 69% 흑인 개신교인의 50%는 '나의 종교만이 영원한 천국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하고도 참된 신앙'이라고 답했다. 반면 자신의 종교만이 천국으로 이끈다는 믿음을 가진 주류 개신교인(29%) 가톨릭 교인(25%)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 이번 퓨리서치센터 조사는 지난 9월20~26일 사이 성인(18세 이상) 72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신뢰도는 95%(오차범위 ±1.9%)다.   장열 기자원망 고난 복음주의 개신교인 주류 개신교인 성인 응답자

2021-11-2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